2023년, 전 세계를 핑크빛으로 물들인 영화 바비!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이 영화는 단순한 인형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시대의 문화와 젠더 이슈를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바비월드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이야기 속에서 여성의 정체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어떻게 녹여냈는지, 그리고 비주얼적으로도 얼마나 매력적인 작품인지 깊이 살펴보자.
1. 영화 바비의 스토리와 캐릭터 소개
바비의 이야기는 상상 속 ‘바비랜드’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완벽한 세상이다. 모든 바비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바비 대통령, 바비 의사, 바비 변호사 등 모든 직업이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켄들은 단순히 바비들의 곁에서 멋진 존재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일반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바비(마고 로비 분)는 자신이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 세계로 떠난다. 그녀를 따라온 켄(라이언 고슬링 분)도 현실 세계를 경험하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초반은 유쾌한 모험처럼 보이지만, 점점 현대 사회의 젠더 이슈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바비는 현실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며 충격을 받는다. 반면, 켄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를 보고 새로운 권력을 발견하고, 바비랜드로 돌아와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켄랜드’를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사샤(아리아나 그린블랫 분)와 그녀의 엄마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 분)이다. 글로리아는 바비에게 여성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기대와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가는지 일깨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바비는 단순한 인형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과 현실을 반영한 작품이다.
2. 바비가 던지는 페미니즘 메시지
많은 사람들이 바비를 보고 "이게 페미니즘 영화야?"라고 궁금해할 것이다. 답은 ‘그렇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를 수도 있다’이다. 영화는 젠더 이슈를 날카롭게 꼬집지만, 무겁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다.
먼저, 바비랜드의 구조 자체가 흥미롭다. 이곳에서는 여성들이 모든 주요 역할을 맡고 있으며, 남성들은 부차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의 성역할을 반대로 뒤집어 놓은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우리는 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켄이 현실 세계에서 ‘남성 중심 사회’를 발견하고 바비랜드를 점령하는 과정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롱하며, 젠더 이슈에 대한 풍자를 가미한다.
특히, 글로리아가 바비에게 들려주는 긴 독백 장면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그녀는 여성들이 "완벽해야 하지만 너무 강해 보여도 안 된다", "야망이 있어야 하지만 욕심이 많아 보이면 안 된다"와 같은 모순적인 요구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여성이 억압받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에 바비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어떤 성별이든 자신만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 바비의 비주얼 스타일과 연출의 매력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비주얼이다. 바비는 그야말로 ‘핑크빛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바비랜드의 모든 것이 인형의 세계처럼 보이도록 제작되었고, 색감과 디자인이 굉장히 섬세하게 조합되었다.
먼저, 미술과 세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바비랜드의 집, 거리, 해변까지 모두 현실적인 요소 없이 ‘장난감 같은 느낌’으로 표현되었다. 예를 들어, 바비의 집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 샤워기, 움직이지 않는 플라스틱 음식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자동차도 실제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밀어서 움직이는 식이다. 이는 바비 인형 놀이를 현실 세계에서 그대로 구현한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의상 스타일 역시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바비는 각 장면마다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며, 모든 의상이 실제 바비 인형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특히, 80~90년대 레트로 스타일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음악과 연출 스타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마크 론슨이 작곡한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며, 두아 리파, 리조, 빌리 아일리시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삽입되어 트렌디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 자신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대중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현실과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연출했고, 특유의 감각적인 유머를 가미해 영화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바비는 시각적으로도, 메시지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영화다. 단순한 ‘인형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생각보다 훨씬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